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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일기장

나는 정치공학(政治工學)이라는 말이 싫다.

요즘 굵직한 선거가 있는 해라 그런지 정치공학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하지만 가끔 의아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정치가 과연 공학(工學)의 범주에 들어 갈 수 있을까?

정치라는 말과 공학이라는 말이 과연 어울리는 조합일까... 


정치공학이 Political Manipulation 이라면 

공학이 아닌 정치공작 혹은 정치적 조작이라고 번역해야 맞고

Political technology 라면 이는 정치 공학이 아닌 정치 기술, 혹은 정치술이라고 해야 함이 옳지 않을까 싶다.

만약 Political Engineering 이라면 이는 정말 납득하기 어려울 것 같다.


사전적 의미로 정치공학은 정치의 기능을 체계화하여 

실증적으로 관찰 및 연구를 하는 학문적 접근방법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정치를 공학의 범주의 넣기에는 확실히 무리가 있다


공학이나 과학이라는 말을 붙이고자 한다면

정치라는 것이 수 많은 실험을 거쳐 결과가 예측 가능해야 한다.

즉 정치공학이 존재하려면 정치가 예측 가능성을 만족시켜야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을 대상으로하는 인문학적인 요소가 강한 

정치가 어떻게 공학이 될 수 있겠는가...?


과학적 이론은 실험을 통하여 증명된 명제들을 모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4~5년에 한 번하는 전국단위 선거 결과가 매번 

원하는 변인통제 상황 속에서 패턴대로 될 수 있는가?

분석하는 분들의 경험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오히려 최근 선거는 제대로 된 예측 보다는 결과를 놓고 원인을 

분석하기에도 버거워 보이기까지 하는데도 말이다. 


정치가 예측 가능하다해도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많은 정치인들이 여러 정책결정을 할 때 정치적 실험을 한다고 하지만

항상 실험이 가설대로 맞아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물론 정치를 잘하는 기술이 있을 수 있다. 

이는 정치 공학이라는 말을 쓸 것이 아니라

정치학이나 정치술이라는 말을 써야 한다고 본다.


얼마전 민주당 정세균 의원은 안철수 교수에 대해 

"국민은 대통령 후보를 결정할 때 신중하고 

철저하게 검증한 뒤에 확신이 서면 투표를 한다"며  

"지금의 인기를 정치공학적으로 보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동아일보 2012. 6.21)

하지만 여기서 정치공학적이라는 말을 정치적이라는 말로 바꿔도 전혀 이상하지가 않다. 


정치공학적 선택이란 무엇이고, 정치적 선택은 무엇인가?

정치공학적 판단이란 무엇이고, 정치적 판단은 무엇인가?


정치공학적이다라는 말이 좀더 세밀한 선택의 표현이라면

차라리 미시정치적, 거시정치적이라는 표현이 이해하기 쉽겠다.


제발 단순한 여론조사나 지표 분석을 가지고 정치를 공학이라고 풀지 말자

왜 공학이라는 말을 정치에 붙이는가?

뒤에 공학이라는 말만 붙이면 좀 더 있어 보여서 그러는가?


자신들의 질 낮은 정치적 수 싸움을 공학이라는 말로 덮으면

그럴싸한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정치적 수싸움을 정치공학이라 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