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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turners 책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수학이라는 과목이 어려운지 쉬운지를 생각하기 전에 참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처음 얘기를 들은 건 중학교 때 수학선생님이었다. 공대에 진학할 것을 권유받은 건 3년 후 고등학교 같은 과목 선생님이었다. 그리고 교과서 이외에 수학 관련 책을 많이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군 복무시절 루디 러커의 <사고혁명>을 읽은 후였다. 안타깝게도 난 수학에 사람들이 그렇게도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열중하는 지, 그 비중만큼 알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학기 미적분 수업과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또 한번 내 머릿속에 수학에 대한 시각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음을 확신한다.

수학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단어들은 많지만 앞서 얘기했던 <사고혁명>이 그 중에 “정보”와 “논리”라는 단어를 선택해서 그것들에다가 역사적 흐름을 접목시킨 역사책이라면, <페르마...>는 그 학문을 다루는 ‘수학자’의 초점을 두고 하나의 사건을 재구성해가며 문자로 옮겨놓은 추리소설이라 하겠다. 비록 쉽게 정보에 접근 할 수 있는 2005년을 사는 우리에게 답을 알고 있는 문제의 증명과정을 생각하는 것은 시험문제에 나오지 않는 한 분명 익숙한 과정은 아니다. 게다가 저자는 충분히 쉽게 설명했다고는 하지만 중간 중간에 나오는 이해하기 어려운 수학공식이나 용어를 받아들인 다는 것은 많은 인내를 요구하기 충분하다. 아직도 난 수학이 이토록 완전한 학문이며 일상의 많은 부분들이 수학적 증명을 통해 표현되리라고는 쉽게 상상하기 힘들다. 또한 한편으로는 책을 읽으며 과연 이런 증명하나에 그토록 많은 사람이 매달릴 이유가 있을까라는 '속물적인' 질문을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이번 학기 수업시간 내내 들었던 ‘편견’이란 단어 속에 나 스스로 그만큼 갇혀있다는 뜻일 것이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 도전한 수없이 많은 천재 수학자들의 고뇌에 찬 절규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적용된 수없이 많은 수학의 새로운 시도들에도 불구하고 페르마가 무책임하게 휘갈겨 쓴 하나의 메모는 근 400년간 증명되지 못했다. 제 각기 수학을 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하는 당대의 수학 천재들마저 이 문제를 증명하지 못하자, 페르마의 생전의 집을 뒤져 조그만 단서라도 찾으려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을 벌이기도 하고, 이 겉보기에 초라한 정리의 증명에 엄청난 상금이 걸리기도 하는 둥, 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의 증명에 세계 수학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하지만 진정한 학문의 탐구는 돈과 결부될 때 그 빛이 점점 바래지는 것과 같이 상금을 타려는 어처구니없는 사기꾼만 득실거릴 뿐이었다. 어쩌면 돈 뿐만 아니라 명예를 얻고자 그 문제에 도전한 자들이 많았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수많은 실패자들의 연구를 이 책이 많은 분량을 할당해 가며 설명하는 것은 이 최고의 문제에 무릎을 꿇었던 많은 수학자들의 연구결과는 그 때 당시는 빛을 보지 못했던 것 같았으나 그들의 연구의 종합적인 결과가 이 문제가 풀릴 수 있는 작은 실마리를 제공하게 되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타이야마-시무라의 추론‘이 참이 되면 귀류법에 의해 자동적으로 ’페르마의 정리‘는 참이 된다. 와일즈는 ’타니야마-시무라의 추론‘을 증명하기 위해 귀납법을 사용했다. 여기에는 갈루아의 군 이론, 콜리바긴과 플락의 이론, 그리고 이와자와의 이론 등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이론이 동원되었다. 참 많은 사람들을 괴롭힌 작은 ‘메모’는 많은 이들을 거친 연구결과의 작은 실마리를 잡은 한 수학자에 의해 8년간의 씨름 끝에 결국 이렇게 증명되었다.

수학계의 하나의 역사이며, 수학의 새로운 시작이라 불러야 할 만큼 대단한 사건을 난 단 지 한사람의 수학자가 정복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수많은 시간을 연구해오며 그 끝을 보지 못한 이전의 모든 수학자들의 힘이었으며 누군가를 통해 그것이 증명된 것은 그동안 그들의 수고가 참으로 아름다운 과정이었음을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순간 나의 가슴속이 가속을 붙여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신호를 보냄을 느낄 수 있었고, 난 수학을 선택한 많은 분들이 그 뜨거운 신호를 머리 속으로 읽고 그 길을 선택했으리라 생각한다.

끝으로 서두에서 내가 제시한 속물적이고 유치했던 질문의 답을 저자는 정확하게 나에게 알려주었다. 수학이란 '완전함'을 위한 것이고, 그것은 곧 순수과학의 존재이유에 대한 증명이라는 것을 말이다. 완전함을 찾고 싶어했고 자신의 일생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 수많은 수학자들과 또 아직까지도 풀리지 않는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지금도 땀을 흘리고 있을 그들을 생각하면 나의 마음도 뜨거워진다. 또 한편으로는 이공계를 전공할 한 학부생으로서 우리나라에서도 세계 수학계를 뒤흔들 그런 수학가가 있었으면, 또 그렇게 연구할 수 있는 순수과학에 좀 더 큰 관심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남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