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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일기장

94년 봉황대기 결승전... 그리고 2007년

며칠 전 TV를 돌리다 철거를 앞둔 동대문 야구장의 마지막 전국고교대회인
덕수고와 충암고의 봉황대기 결승전을 중계하는 거 보면서
정말 가슴이 뭉클한게 당장 뛰처 나가고 싶었다.
애석하게도 내가 졸업한 고등학교는 야구부가 없었기 때문에
모교 야구부를 응원하러 그곳을 찾아 본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내게 동대문야구장의 추억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내가 그 날을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는 것은
아직 초등학교의 옷을 갈아입기 전 마지막 국민학생이었던 1994년
6학년 여름방학, 그것도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이다.
꽉 막힌 을지로와 주차할 곳도 찾기 힘들었던 최악의 교통난을 이겨내고
삼촌은 차를 끌고 처음으로 나에게 동대문 야구장의 내부를 보여주었다.

94년 여름 봉황대기 결승전, 덕수상고(현 덕수고)와 배명고의
마지막 경기가있던 날이었고 힘들게 주차할 곳을 찾고서는 따라들어간 곳은
홈플레이트가 잘 보이는 우익수 한참 뒷쪽의 외야 어디쯤...
삼촌의 모교 덕수상고 동문석이라 그런지 삼촌은 야구보다가도
연신 주변 사람들이랑 인사하면서 즐거워 했다.

그 때도 고교야구 열기가 식었던 때라지만 결승전이라 그런지
관중도 참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린 눈엔 말이다.
꼬일 것 같은 경기가 승기를 잡아 이기는 분위기로 가고
결국 마지막 이닝이 끝나기도 전부터 내내 외쳐지는 덕수상고 교가를
처음들었지만 난 멋도 모르고 따라 같이 흥얼거렸다.

주말에 동대문보다 더 세련되보이는 잠실구장에서
붉고 검은 유니폼의 해태와 줄무늬 LG의 경기를
그것도 그 해 수도 없이 많이 했던 경기 중 한번 봤다는 것만으로
친구들한테 자랑하던 녀석들의 경험에 비교하면
동대문야구장에서 그게 제 아무리 봉황대기라도 할지라도
알지도 못하는 선수들의 고교야구 결승전을 봤다는 것은
물론 국민학생에겐 별로 내세울만한 자랑거리는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 땐 TV에 나오는게 제일 좋은 줄로 알았으니까...

하지만 덕수상고의 94년 봉황대기 우승의 순간에 있었다는 것,
내가 지금까지 간직하는 동대문 야구장의 거의 유일한 기억이면서도
주변 친구들이 느끼지 못했을 경험에 혼자 흐뭇하고 웃음짓게 한다.

그리고 며칠전 2007년 봉황대기 결승전이 열리던 날
마침 낮에 엄마가 삼촌한테 전화할 일이 있었는데,
삼촌이 유난히 밝은 목소리를 전화를 받더라고 한다.
그리고서 나한테 웬일인지 삼촌 기분 좋은일 있나보다 하시는데
난 알 것 같다고 했다. *^^ 우승까지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을...

암튼 나에게도 이렇게 소중한 추억이 있는 이 동대문야구장이 곧 철거된다고 한다.
정말 고등학교 때 야구응원은 커녕 공부만 했을 것 같은 이 도시 시장이 싫어진다.ㅠㅠ
여기서 마지막 올스타전 하자고 팬들이 요구 했을 때 묵살해버렸던 사람들도 싫고ㅠㅠ
안전하지 않다는 이유로 고별전 달랑 한게임 마저도 해줄 수 없다는 모 프로구단도 싫다.ㅠㅠ

p.s
비록 올해 덕수고는 충암고에 패하며
동대문야구장의 마지막대회 준우승학교가 됐다지만
9회 2아웃에도 포기하지 않고 동점까지 만드는 순간에는 정말 소름끼쳤다.ㅎㅎ
멋진 경기 펼친 두 학교 선수들 나중에 더 훌륭한 선수가 되기를 바라며...